2013년 8월 23일 금요일

2013.8.23 - 첫번째 노트



어제 밤은 잠이 들기 힘들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요동치는 통에 잠들 수가 없었다.
우울했다가 화가 났다가 진정됐다가 감정의 기복이 견딜 수 없이 괴로웠다.
물에 몸을 담구고 겨우 진정시킨 뒤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책상 밑이었다.
어둡고 구석지는 위치라 마음이 편안해서 잠을 청했던 곳이다.
아침에는 기분이 상쾌했던 것 같다.
차가운 바닥에서 잤기 때문에 몸은 추웠지만 기분은 좋았다.
16시에 일어나서 할 일을 못한다는 짜증이 났지만
어차피 할 일이란 건 없고 괜한 부담감이란 생각에 기분이 가벼워졌다.
다만 생리 둘째날이었기 때문에 허리가 아프고 배가 아팠다.
밥을 먹고 정신과에서 약을 타오려했는데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갈 수는 있었는데 정신과를 어떻게해서든 피하고싶었던 것 같다. 으, 조금 한심스럽다.
다만 아침을 챙겨 먹은 것은 대단히 잘한 일이다. 게다가 반찬도 없었는데!
스스로 자랑스럽다.

짜증나는 몸으로 누워서 웹서핑을 했고
참다 참다 타이레놀 두 알을 먹었다.
배에 물수건을 올리고 21시까지 잤다.
아빠가 들어오면서 나를 찾는 소리에 깼다. 짜증이 났다.
아빠는 한심스럽다고했고 나는 못들은 척하며 잤다. 이 역시 짜증났다.
큰 딸이 누워서 잠만 자면 옆에서 다독여줄 생각은 안 하고 비난은..ㅡㅡ;
누워있다가 엄마가 오고 일어났다. 엄마가 개 안방에서 내보내라고 소리쳤기 때문이다.
엄만 늘 개를 험하게 다룬다. 그러니 개가 엄마만 보면 으르렁거리지.
엄마는 개가 꼬리치며 으르렁인다고 이상한 개라고 하는데
사실 그 때 꼬리치는 건 반가워서가 아니라 경계의 행위이다. 엄마 멍청이.


저녁 반찬이 없어서 짜증이 났다.
며칠 묵은 강된장은 양은 냄비에 가득 있었고
묵은 김치나 짠 김치밖에 없었다.
내가 해달라고 사 놓은 콩나물은 역시 짜게 무쳐놨다. 그마저 오래되어 물이 생겼다.
좋게 말해도 반찬 안 하고, 짜게하는 엄마가 싫었다. 사실 지금도 싫다.
그래서 반찬 하라고 짜증을 냈더니
새우젓에 호박을 무치거나 버섯과 당근을 볶는다. 그것도 가득.
난 새우젓 양념이 싫다. 깔끔하지 못해서다.
엄마가 볶은 버섯도 싫다. 버섯의 향만 가득하고 기름과 버섯, 당근이 따로 놀기 때문이다.
그게 뭐냐고했더니 아무 말 없이 반찬만 한다. 신경질이 난다.
화를 내며 냄비에 물을 올렸다.
옆에 엄마에게 다 들으란 소리로 '좋겠다 엄마딸은. 라면이나 끓여먹고'했다.
미안했지만 속이 시원했다.
엄마 딴에는 노력해서 해주는게 고맙긴하지만 맛도 없고 내 취향도 아니다.
좋게 개선하라고 말해도 안 하는걸 어쩌리? 내가 계속 투정을 부리면 네가 해먹어라는데
그럼 요리를 알려주든가, 학원에 보내든가.
학원 보낼 돈도 없고, 요리도 못 알려주고, 게다가 반찬거리도 사 놓질 않는데..
정말 화가 난다.



비빔면 먹고있자니 동생이 온다.
개는 멀리서부터 짖고 난리가 났다.
개의 흥분된 인사를 즐기는 동생이 짜증났다.그렇게 개 안정시키라고 이야기를 해도.



동생이 씻고 들어가자 아빠가 문을 노크없이 열며
찜질하라고  소리를 쳤다.

한시간해.
싫어.
그럼 한시간 반해.
싫어.
학교 다녀온지 한참인데 공부도 안 하고 그놈의 핸드폰만 보냐.
너 자꾸 그러면 핸드폰 부셔버린다. 망치로 부수든가 해야지.

정말 숨막히는 대화다.
아빠가 방에 노크없이 문 여는 것부터 짜증났다. 나이 먹고 무례하다.
동생은 손가락 수술을 해서 당분간 열찜질을 해야한다.
하지만 귀찮아한다. 그러면 아빠가 물을 떠다줄 수도 있는데
늘 소리만 친다. 찜질 안 하면 너 평생 장애인 된다느니, 너 네가 책임지라는 등의
무시무시한 소리만 하고서. 하여간 누굴 챙기는 마음이 없다. 아빠라는 사람이.
핸드폰은 왜 부서 부수길, 사준 것도 아니고 본인이 돈 내주는 것도 아니면서.
꼭 저렇게 폭력적인 말을 해요. 무식해보이게....(아 속시원하다)


결국 동생 나와서 찜질한다.
~~아. 네 아빠가 나 못살게해라며.
순간 애처로웠다.


사랑과 전쟁을 보는데 의부증 부인이 나왔다.
부모의 외도를 보고 자라서 남편을 의심한 부인이었다.
더 웃긴건 남편은 실제로 부인 몰래 외도 중.
믿을 사람 없게 느껴졌다. 아, 사랑과 전쟁 너무 자극적이다. 근데 재밌다. ㅋㅋ

의부증 부인을 보면서 아빠가 뒤에서 웃는게 느껴졌다.
얄미웠다.
누가 누굴 보며 웃어?
'저기 아빠같은 사람 하나 더 있네'라고 했다.
'언제 내가 네 엄마 의심하디?'라고 하는데 할 말을 잃었다.
의심한 적도 있고, 의심하는 버릇도 있으면서 본인을 모른다. 한심하다.

순간 엄마의 외도가 생각났고
아빠가 내게 네 엄마가 어느 남자 차에 잇는 걸 봤다고 말햇을 때가 생각났다.
그리고 차 번호를 적으라고 말한 것도 생각났다.
갑자기 불안해졌다.
난 그 당시 초등학생이었다.
아빠는 엄마의 외도를 내가 말해선 안됏었다. 본인의 무게였다.
가정의 평화에, 나의 정신건강에 무책임하고 본인의 감정만을 생각한 이기적인 아빠다.
차 번호를 적으라니. 정말 수치스러웠다.
엄마의 외도를 나는 일찍이 눈치 챘으나 묵과할 수 밖에 없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였다.
그런데 아빠가 차 넘버를 적으라는 지령을 내렸다.
아빠의 부탁이냐. 가정의 평화냐.
초등학생 하나가 짊어지기엔 너무나 버거웠다.
그때의 감정이 느껴졌다. 너무 불안했다.

아빠가 까막눈이기에 적으라는 것도, 그리고 아빠는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했기에
엄마를 감시할 시간이 없었던 것도 안다. 하지만 내게 부탁하는 건 부당했다.
나는 초등학생이었고, 엄마에게 적의를 느끼고싶지 않았따. 엄마의 외도에 적의를
내심 느끼고는 있었으나 아빠가 시킨 행동을 하면 더 엄마가 미워질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는 아빠의 선택임을 알지만 아빠가 여전히 밉다.
그 후로 내가 한글을 가르쳐준다고 여러번 말하고 가르쳤지만
아빠는 삼일천하였다. 그리고선 지금도 티비에서 건강정보가 나오면 받아적으라고하지.
한시간이든, 두시간이든. 내가 싫다느 내색을 하든, 아니든.
갑갑하다. 아빠의 태도가 갑갑하다. 배우면 되는 걸 배우진 않고 나보고 해달라니, 짜증난다.


엄마는 가족 셋이 모여 티비를 보는 순간에도 방에 틀어박혔다.
한심햇다. 평화를 위하는 마음이 없었다. 들어보면 아빠가 싫고 어쩌고하겠지만
본인도 노력을 안 한다.
그리고서는 도피적인 학습을 한다. 그것도 사이비 기독교 책을 본다.
지사장인가 뭔가가 될거라니 어쩌니. 지랄.
본인이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한 만족할 만한 삶을 위해 노력하지도 않으면서
어디서 굴어들어온 돌 하나 잡고 나댄다.
글이 짧은 엄마에게 말한 적이 있다. 공부하고 싶으면 학원에 다니는 게 어떻냐고.
검정고시 학원도 집 앞에 있었다. 엄마는 창피하댄다. 그리고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게 싫다나. 그럼 사람들하고 어울리려고 노력을 하라니까 싫단다.
정신과에 나와 같이 상담받는 것도 싫어한다. 왜 이야기를 해야하는지 모른다나.
꼭 나를 보는 것 같다. 또 저런 멍청이가 내 부모인게 화가난다.
난 무얼 보고 배운걸까하는 생각에 몹시 엄마가 미워진다.
엄마는 사회성이 극도로 떨어진다. 본인도 안다. 고치려고를 안 한다.
물론 본인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던 건 이해한다. 먹고 살기 팍팍했으니.
하지만 옆에서 충고하면 받아 들이고 생각을 해야지.....꼭 피한다. 비겁하다.
그리고 곁의 사람을 답답하게 한다. 짜증난다.

*아, 이글을 쓰는 내내 불안해서 코를 만진다.코가 가렵다.
쓰지 않는 걸 쓰려하니 집중이 안 되고 짜증만 난다. 게다가 짜증스러운 이야기를 쓰려니
더욱 짜증난다!!!*

아 쓰다보니 엄마 아빠에 묵은 감정이 많다.
아주 나쁜 사람들이다. 갑자기 마음에 요동이 친다. 노래 하나 듣고 마저 써야지.


쓰다보니 내 감정 외에 엄마, 아빠의 상황을 이해하려 하니 짜증났다.
내 감정만 서술해야겠다.

아빠가 방에 들어가고 동생도 들어가자 거실에는 나 혼자였다.
카톡을 보니 남자는 연락을 씹는다. 헤어지려고 작정했구나 싶었다.
사실 헤어져도 난 괜찮다. 그는 나를 갉아먹는 존재다.
그와 만나며 참는다느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는 편한 사람이었지만 그의 '편한'부분이 나는 불편했다.
그는 얼룩진 와이셔츠를 입었고, 윗 치아에는 검은 니코틴이 낀 사람이었다.
음식을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먹었고, 트름을 거리낌없이 했다.
그를 사랑했기에..지금 생각해보니 사랑이 맞다.
모든걸 감수했으나 나를 배려않는 그의 태도에 조금씩 질렸다.
내가 만나자고 했는데 40분을 기다리란다.
늦어지는 시간에 다음에 보자하니 삐진 것 같았다.
사과를 해보려고 카톡했는데 씹다니...헤어지는게 옳다싶었다! 쫌팽이새끼.



누워서있다보니 갑자기 방을 정리하고싶었다.
종이 꾸러미 몇개만 버리고 십자수 통을 발견했다.
엄마가 막무가내로 사와서 하라고 던져놓은 것이다. 잠 안 올 때 하면 괜찮겠다 싶었는데
다시보니 열불이 난다. 집어던지니 밑에 있던 편지 꾸러미도 보인다.
과거에 받은 편지들이 보인다. 내가 친구들로부터 사랑받는 사람이었구나 생각이 든다.
하지만 편지 내용을 보니 일회성, 또는 감정 처리를 위한 편지도 보였다.
나를 진심으로 위해준 친구는 한 명이 있던 것 같았따.
문득 내 사회성이 부족한 것 같아 네이버에 사회성 부족을 쳤다.
누군가의 충고를 읽었고 그가 써놓은 말이
과거의, 현재의 나와 너무도 같아 마음이 아팠다. 받아들이기에 너무 아팠다.
그래도 그의 조언이 가슴에 와닿아 책 제목도 메모해놓고 내일은 병원에 가기로 다짐했다.





-오늘의 느낌

짜증스러운 하루였다. 내일은 감정 조절을 위해 꼭 약을 타와야겠다.
부모의 모습에서 짜증을 많이 느끼는 걸 새삼 알게되었다.
부모에게 캐묵은 감정이 많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알게되어 다행이다. 마음이 편해진다.
다만 글이 길어지니 지구력 떨어지는 나로서는 걱정이 된다.
그렇다고 내가 느낀 걸 줄일 수는 없는 내용이고.
길어지는 원인이 나의 해묵은 감정 때문인데...이걸 글로 쓴다고 해결이 될까싶다.
상담을 받아야하나..부모에게 말해야하나..독립을 해야하나...흠..잘 모르겠다.


처음이라 집중하기가 어려웠으나 곧잘 했다.
지금도 코가 조금 가려운 느낌이 들지만 내일은 더 편히 작성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믿어야지....안 믿으면 괴롭다ㅋㅋㅋㅋ아! 쓰고나니 속 시원하다! 으헣허헣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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