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6일 월요일

2013.9.16 - 11


 작심삼일형 인간인 나를 고찰하는 데 실패했다. 하기 싫었던 마음이었나보다.
실패의 느낌에 오늘 포스팅도 하기 싫었다. 어제의 고민을 오늘 해결해야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꼭 그럴 필욘 없는데. 난 해결에 집착을 보여 문제다. 불안해서다.
난 정리 정돈에 적합한 인간은 아니다. 장식이나 청소에 적합하지도 않다. 하지만 난 집착한다. 머그컵이 흐트러지면 안 되고, 구운 스팸은 직사각형 모양의 접시에 나란히 누워야한다. 그냥 내버려두면 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뭐가 그리 불안한지.


 내 존재가 불안하다. 돈이 없어 불안하고, 직장이 없어 불안하다. 능력이 없어 불안하고
가난해서 불안하다. 부모가 무능력해 불안하고, 늙은 부모가 불안하다. 시험이 불안하고
공부가 불안하다. 이쯤 되면 나는 불안을 '느끼는'사람이 아니다. 불안을 '선택'한 사람이다.
왜일까. 나도 모르겠다. 불안은 방어기제라는데 나를 보호해야할 상황이 많았을까? 과거의 억압된 기억 때문일까? 사랑 받고싶으려는 마음 때문인가? 받고싶은 마음을 숨기기 때문인가? 아, 너무 프로이트적인가? 아오, 모르겠다. 다만 난 불안하다. 포도를 집어 삼킬만큼.


 키를 재던 벽을 봤다. 눈금과 날짜가 적혀있다. 동생과 내 이름도 눈금옆에 적혀있다.
가만히 보니 동생은 어째 나와 키가 비슷하다. 나는 어려서부터 집순이었고, 동생은
바깥순이었다. 나야 운동을 안 했다지만 동생은 노는게 일이었던 앤데. 왜 키가 비슷하지?
아빠라면 운동을 안 해서다.고 비난했을 것이다. 물론 나야 그런데, 동생은? 농구나 수영처럼 성장을 위한 운동을한 게 아니니 그럴 수는 있다. 그러니까 난장이 자매의 원인은 유전적 결함과 환경적 원인이리라. 장황하게 글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눈금을 보며 아빠의 모습이 떠올랐던 것 같다. 네가 운동을 안 해서 키가 안 커. 운동이 문제만은 아니었다고. 유전과 환경의 영향이었다고 말하고싶었나보다. 날 비난하는 모습에
반기를 들고싶었나보다. 아빠의 비난이 싫었나보다.
 아 이역시 프로이트다...... 나의 인식과 사고를 점령한 프로이트. 근데 난 프로이트 배운 적이 없거든? 정신분석 해본 적도 없거든? 무의식 중에 근대의 노예가 됐을 뿐. 한편으로는 나도 철저한 동시대인이다.

 창조는 하긴, 찌끄러기의 모임이다. 어떤 것도 완전한 새로움은 될 수 없다. 창조란 과거의 부스럼이다. 어떤 것도 과거를 벗어날 수는 없다. 나 역시도. 어떠한 인간도. 다만 과거를 자양분으로 발전할 뿐이겠지. 하고생각하면 뭐하나. 허무함은 그대로인데.

 난데없이 왠 창조?허무?철학자 코스프레? 또 무슨 마음이었길래...
아..짜증. 나지만 짜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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